구민교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행정대학원 졸업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국제정치경제 석사학위를, UC 버클리에서 동아시아 영토분쟁을 주제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남가주대학교(USC) 박사후연구원 및 전임강사,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로 근무하였고 하버드-옌칭연구소 방문학자(2015-2016년) UC Irvine Korea Law Center에서 풀브라이트 방문학자를 역임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대학교 국제협력본부 부본부장과 본부장직을, 2021년에는 학생처장직을 수행했다. 연구 및 교육 관심 분야는 동아시아 정치경제, 국제통상, 해양안보, 해양사, 해양법 등이다.

꼭 民敎라는 이름값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일을 제일 좋아한다. 가까운 주변보다는 늘 먼 나라 일에 관심이 많았다. 88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 입학해 민주화 바람 속에서 시작한 대학의 첫 2년은 인생의 좌표를 잃었던 시간이었다. 군대 제대 후 남은 대학 생활 2년을 고스란히 행정고시에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답을 구할 수 없었다.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이 행정대학원에 진학한 후 들었던 최병선 교수의 통상정책 수업이었다. 곧바로 유학을 결심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과 UC 버클리에서 국제정치경제학 석사와 정치학 박사 수련을 마쳤다. 힘들지만 재미있다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무역의 상호의존성이 동아시아 해양영토 분쟁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국제법에도 눈을 떴다. 그 인연으로 통상정책, 통상법, 무역이론, 해양법, 해양안보 등의 영역을 오가며 강의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행정학계에 몸담으면서 무역·통상정책을 다루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다. 국내 무역·통상(법)학계가 국제경제학 또는 통상법을 중심으로 굴러갈뿐더러 각 세부 분야 전문가들의 깊이를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와 ‘경제’와 ‘법’ 모두에 걸쳐 있는 주변인으로서의 장점도 크다.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늘 국제경제학과 국제법 공부를 소홀히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무역이론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통상정책 수업을 듣고 국제정치학과 국제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할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 국제법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이해관계는 정치적 갈등을 낳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은 거래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은 법과 제도로 타협한다. 전후 국제 무역질서도 그 갈등과 타협의 원리 위에 세워졌다. 세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느 하나라도 놓치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 국제무역이라는 신념으로 정치와 경제와 법을 동시에 잇는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하는 것이 소박한 희망이다.